엇갈린 부부들

35화. 엇갈린 부부들 - 제 37화

겨울밤관찰자72026. 03. 30. 01:12 14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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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미 알고 있었다 . 이제 와서 무슨 말을 하든 , 어떤 선택을 하든 , 우리 넷은 이미 되돌릴 수 없다는 걸 . 그래서 더 이상 숨길 필요도 , 에둘러 말할 이유도 없었다 . “ 다 알고 있어 .” 주혁의 집 안 거실에 앉은 우리 넷 . 내 말에 거실 안의 공기가 굳었다 . 수잔나는 고개를 들지 못했고 , 주혁은 손으로 턱을 움켜잡은 채 숨을 고르고 있었다 . 나는 수잔나를 보면서 먼저 말문을 열었다 . “ 너 , 요즘 왜 그렇게 자주 늦는지 .” “.......” “ 그리고 너희 둘이 단둘이 만난 것도 .” 그녀는 어깨를 움찔했지만 그 어떠한 부정도 변명도 하지 않았다 . 그 반응이 답이었다 . “ 좆나 웃기지 않냐 ?” 나는 헛웃음을 흘렸다 . “ 이제 보니까 , 우리 넷 중에 선을 지킨 사람은 아무도 없더라 .” 엘리나도 아무 말 하지 않았지만 , 그녀 역시 알고 있었을 것이다 . 이 말이 칼이 되어 모두를 베고 있다는 걸 . “ 그 말 자체가 웃긴 거였어 . 스와핑까지 해 놓고 말이야 ........ 세게 흐르는 물길을 종이 한 장으로 막아보겠다는 거랑 뭐가 달라 .” 그때 주혁이 피식하고 비웃음을 흘렸다 . “ 형님 , 그걸 이제 아셨어요 ?” 그는 피 묻은 입가를 손등으로 훔치며 말했다 . “ 이렇게 될 줄 몰랐어요 ? 참 ....... 사람이 순진하다 못해 바보 같으셔 , 흐흐흐 .” 내 몸이 먼저 반응했다 . 주먹에 다시 힘이 들어갔다 . “ 뭐라고 이 씹할 놈아 ?” 한 발 다가서려는 순간 , 수잔나가 또다시 나를 붙잡았다 . 거의 매달리듯 팔을 끌어안았다 . “ 제발 그만해 . 또 때릴 거야 ?” 그녀의 목소리는 찢어질 것 같았다 . 나는 이를 악물고 멈췄다 . 멈춘 순간 , 주혁이 입을 열었다 . “ 형님 .......” “?” “ 나 수잔나 사랑해요 .” 이 새끼가 ....... 지금 뭐라고 하는 거야 ? 말문이 막혀 멍하니 입을 벌리고 있는데 , 그는 자기 할 말을 이어갔다 . “ 진짜로요 .” “ 뭐라고 ......?” “ 그 동안 어떻게 지냈는 지도 다 들었어요 . 형님이 수잔나를 어떻게 대했는지도 .” 수잔나는 입을 꾹 다문 채 아래만 내려다보고 있다 . “ 그래서 부탁드리는 겁니다 . 형님이 더 이상 수잔나 사랑 안 하신다면 ....... 그만 놓아주세요 .” 나는 귀를 의심했다 .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 지도 몰라 가만히 보고 있는데 , 옆에서 엘리나가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. “ 흑 ...... 흑흑 .” 그러더니 그녀는 꺼억꺼억 울음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. “....... 어떻게 그런 말을 해 ?” 엘리나의 두 눈에서는 굵은 눈물이 쏟아졌다 . “ 당신이 사람 새끼야 ?” 그녀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 채 울었다 . 그리고 갑자기 몸을 돌려 문을 열었다 . 캐리어를 잡아끌고 , 아무 말도 없이 집을 나가버렸다 . “ 엘리나 !” 나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그녀를 따라 나섰다 . 엘리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, 가방을 끌고서 지하철역 방향으로 무작정 걸었다 . 캐리어 바퀴 소리가 밤길에 유난히 크게 울렸다 . 말하지 않아도 나는 그녀가 어디로 향하는지 알았다 . 그리고 그것은 내게 극한의 공포를 선사했다 . 공항 . 그 곳으로 가는 발걸음만은 막아야 했다 . 나는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. “ 멈춰 .” “ 놔 .” 그녀는 몸을 떼려 했지만 , 나는 그대로 끌어안았다 . 단단히 . 도망가지 못하게 . “ 괜찮아 ....... 괜찮아 .” 내 목소리가 떨렸다 . 저항하던 그녀는 내 품에서 무너졌다 . “ 내가 있어 .” 나는 그녀의 등을 두드리며 말했다 . “ 그러니까 ....... 걱정 마 .” 차가운 밤공기 속에서 , 그녀의 울음만이 오래 남아 있었다 . 그 때 오래전에 마음속에 품었던 질문 하나가 떠올랐다 . 이 여정의 끝에 가면 내가 누구를 지켜야 할 지 알 수 있을 것 같다던 질문 . 그제야 ...... 그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. 엘리나는 내 품 안에서 조용히 고개를 들었고 , 나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. “ 오늘 밤 , 나랑 같이 있자 .” “.......” 더 이상 그 집 근처에 있고 싶지 않았기에 그녀를 데리고 근처 호텔로 향했다 .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, 발걸음만큼은 빠르게 맞춰졌다 . 프런트에 서서 남는 방이 있느냐고 물었을 때 , 다행스럽게도 직원이 고개를 끄덕였고 , 그제야 숨이 조금 내려앉았다 . 우리는 방 키를 받고서 5 층으로 올라갔다 . 방문을 닫자 , 바깥의 소음이 한꺼번에 차단됐다 . 갑자기 너무 조용해져서 귀가 멍해질 정도였다 . 엘리나는 침대 끝에 조용히 걸터 앉았다 . 눈은 퉁퉁 부어 있었고 , 속눈썹은 눈물에 엉겨 붙어 있었다 . 그 모습에 어찌나 가슴이 아프던지 ....... 그때 손이 욱신거렸다 . 주혁의 얼굴을 때릴 때는 몰랐는데 , 지금 보니 손등이 부어오르고 군데군데 붉게 변해 있었다 . 엘리나가 그걸 먼저 봤다 . “ 손 ....... 괜찮아 ?” 그러면서 조심스럽게 내 손을 잡았다 . 따뜻한 온기가 전해졌다 . “ 괜찮아 . 이 정도로만 다칠 줄 알았으면 좀 더 때려줄 걸 그랬네 .” 농담이었지만 , 웃음은 오래가지 않았다 . 엘리나 내 손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가만히 들여다봤다 . 마치 자기가 다친 것처럼 . “ 아팠지 ?” 그녀의 목소리가 작게 떨렸다 . “ 아냐 , 진짜 괜찮아 .” 나는 고개를 저었다 . “ 사실 ...... 아팠는데 네가 손 잡아주니 괜찮네 .” 엘리나는 아무 말 없이 내 쪽으로 몸을 기울이더니 , 그대로 품에 파고들었다 . 아주 조심스럽게 , 하지만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. 나는 반사적으로 그녀를 끌어안았다 . 등을 감싸 쥐고 , 한 손으로는 머리를 눌러 안았다 . “ 내가 곁에 있을게." (이후 내용은 댓글에서 이어집니다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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