엇갈린 부부들
29화. 엇갈린 부부들 - 제 31화
겨울밤관찰자72026. 03. 29. 19:12 17
18px
나만 그렇게 된 것일까
?
수잔나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
?
궁금해서 미칠 것 같았고 그녀가 잠이 들었을 때
,
다시 몰래 노트북을 켜서
PC
카톡을 확인했다
.
별 다른 내용은 없었다
.
한국어
-
영어 질문 몇 개
,
그리고 가벼운 농담 몇 마디
.
아
,
수잔나는 즐기기만 하고 선은 철저하게 지키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던 찰나
,
뭔가가 이상했다
.
대화를 가만히 보니
,
일부 메시지를 의도적으로 지운 티가 났다
.
흐름이 군데군데 끊겨 있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
.
우리의 일상에도 큰 변화는 없었다
.
집에 오면 먼저 와 있던 사람이 늘 반갑게 인사를 했고
,
서로 입맞춤을 하고
.
저녁을 먹으면서 그 날 하루 어땠는지 묻고
.
그런데
.......
그 익숙함 사이로 드문드문 낯선 느낌과 거리감이 스며들었고
,
시간이 갈수록 그것은 점점 더 진해져갔다
.
그리고 어느덧 한 해의 마지막 날이 다가왔다
.
새해 인사를 주고받으며
,
기분 좋게 회사에서 나선다
.
엘리나와 함께 나와서는 회사 입구에서 전자 담배를 물었다
.
“
벌써 올해도 다 갔네
.
참
.....
시간 빠르다 빨라
.”
내가 먼저 운을 띄웠다
.
“
그러게
.
이렇게 또 한 살 먹네
.
아휴
.......”
“.......”
“
고향에 계신 부모님하고 동생은 잘 있나 모르겠어
.”
엘리나의 눈빛에는 그리움과 향수병이 젖어 있었다
.
“
이맘때면
.......
고향 생각 많이 나지
?”
그녀는 말없이 빙긋 웃기만 할 뿐이다
.
나는 차분하게 위로를 건넸다
.
“1
월 중순쯤에 회사가 많이 한가해 질 거야
.
그 때
,
주혁이랑 호주에 한 번 다녀 와
.”
“
정말
?”
“
그래
.
우리 회사
,
휴가 쓰는 것 가지고 막 눈치 주고 그러지 않아
.”
“
생각해 볼게
.
고마워
.”
슬슬 각자의 집으로 갈 시간
.
휴대폰 시계를 바라보며
,
대화를 마무리한다
.
“
오늘은 뭐할 거야
?
마지막 날인데
?
헤헤
.”
“
안 그래도 시내에 타종식이랑 제야의 밤 행사 보러 갈까 해
.”
“
그래
.
가면 사람 엄청 많을 거야
.
길 다닐 때 조심하고
.”
“
알았어
.”
“
조심해서 가
.
새해 복 많이 받고
,
내년에 보자
.”
“
저기
,
경률아
.......”
차로 가려던 순간
,
그녀가 나를 불러 세웠다
.
“
응
?”
그녀는 주변을 돌아보다가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서 내게 다가왔다
.
그녀의 얼굴이 가까워지더니 내 입술에 잠시나마 온기가 퍼졌다
.
갑작스러운 행동에 어쩔 줄 모르고 있는데
,
그녀가 웃으며 인사했다
.
“
새해 복 많이 받아
.”
나는 수줍게 서 있는 그녀에게 다가가서 똑같이 입맞춤을 하고서 인사를 건넸다
.
지하철역을 향해 걸어가는 그녀를 보면서 기분 좋게 차에 오른다
.
돌이켜보니 올해 연말에는 참으로 좋은 일들이 많았다
.
그 좋은 기세가 내년에도 계속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에 나와 수잔나는 해돋이를 보러 가기로 했다
.
그녀가 먼저 말을 꺼냈고
,
기꺼이 알겠다고 했다
.
다소 즉흥적으로 계획한 여정이라 숙소 예약을 못 해서 차박을 해야만 했지만 괜찮았다
.
밤
9
시
.
새해를 맞이하러 가는 인파들로 도로는 벌써부터 붐빈다
.
고속도로로 접어드니 조금 달리나 싶더니만 이내 차는 거북이처럼 엉금엉금 기어간다
.
블루투스를 통해 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손가락을 운전대 위에서 까딱 거리고 있는데
,
음악이 멈추고 전화벨이 울렸다
.
대시보드 화면에는 선명하게 뜬 이름 하나
.
[
엘리나
]
나는 반사적으로 수잔나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
.
그녀도 화면을 본 듯
,
잠시 멈칫하더니 나를 바라봤다
.
이 시간에 얘가 왜 전화를 하냐는 식의 표정이었다
.
당황해서 화면만 보고 있는데
,
그녀가 퉁명스럽게 말했다
.
“
안 받아
?”
나는 말없이 통화 버튼을 눌렀다
.
“
여
,
여보세요
?”
그리고 바로 들려온 건
,
흐느끼는 말소리였다
.
“
겨
,
경률아
.......
흐윽
.
흑
.”
순간 핸들을 잡은 손에 힘이 확 들어간다
.
수잔나도 깜짝 놀라 내게 몸을 돌렸다
.
“
엘리나
,
왜 그래
?
울어
?”
“
어
,
어디야 지금
?”
“
나 지금 포항 가고 있어
.
무슨 일이야
?”
“
주혁이가 나
.......
나 두고
.......
집 나갔어
.”
나는 수잔나를 바라보고서는 대시 보드 화면으로 시선을 옮겼다
.
“
조금만 찬찬히 말해 봐
.
주혁이가 집을 나가다니
?”
최대한 침착하려 했지만
,
내 목소리는 이미 떨리고 있었다
.
왜인지 모르게 불길한 예감이 들어서였다
.
“
나 시내 가서 타종식이랑
.......
제야의 밤 행사 보고 싶다고 했는데
,
주혁이는 피곤하다고 그냥 쉬
,
쉬자고만
.......
그러다가 싸웠어
,
흑
.”
다 큰 어른들이라면 흔히 일어날 법한 작은 다툼
.
하지만 지금의 엘리나는 그 사소한 것조차 감당하지 못할 만큼 감정이 터져버린 상태였다
.
나는 핸들을 꾹 쥔 채
,
조심스레 물었다
.
“
하
.......
지금 그럼 혼자겠네
?”
“
응
......
흑
.......”
그때 수잔나는 창밖을 바라보면서 나를 외면했다
.
얼굴은 볼 수 없었지만 내 표정
,
목소리를 통해 내가 지금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를 이미 간파한 듯했다
.
“
어떡하지
?”
나는 엘리나가 들을 수 없을 만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
.
“
엘리나
,
저렇게 혼자 두기에는 좀 그런데
.......
우리가 데리러 갈까
?”
수잔나의 입에서는 작은 한숨 소리가 흘러 나왔다
.
말하지 않아도 많은 감정이 섞여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
.
당황함
,
실망
,
그리고 짜증까지
.
지난번에 엘리나의 취직 문제를 도와 그녀를 우리 회사에 들어오게 했던 때
.
수잔나는 그때 이미 내가 한 번 경계를 넘었다고 생각했었다
.
그리고 지금
.......
또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
.
나는 앞차의 번호판을 멍하니 바라보며 생각했다
.
그냥 내 일 아니라는 듯
,
단순한 위로 한 마디 건네고 우리 갈 길을 가면 될 걸
,
엘리나가 우는 소리를 듣자마자 마음이 흔들려 버렸다
.
“
엘리나
,
잠깐만 기다려 봐
.
내가 다시 걸게
.”
도저히 답이 떠오르지 않아
,
일단은 전화를 끊었다
.
아,
아
,
꼬락서니 보니 왠지 우리 해돋이 여행도 틀어질 것 같은데
.
일단
,
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
.
나는 음성 인식을 통해
‘
심주혁한테 전화 걸어
’
라고 말했고
,
블루투스에서는 그의 번호가 뜨더니 발신음이 들렸다
.
한참 신호가 가다가 들리는 소리
.
‘
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삐 소리 이후
.......’
“
이 새끼 뭐 하고 있는 거야
.”
다시 한 번 전화를 건다
.
이번엔 신호음 몇 번 가고 나서 바로 연결됐다
.
“
네
,
형님
!”
술 냄새가 묻어나는 밝은 목소리
.
이 상황을 전혀 모르는 톤에 짜증이 났다
.
나는 이를 악물고 낮게 말했다
.
“
너 어디냐
?”
“
저 지금 친구들이랑 술 한 잔하러 나왔어요
.
이따가 물 좋
~
은 데 가려고요
.
형님도 콜
?”
순간 숨이 턱 막혔다
.
나는 옆자리의 수잔나를 보며 짧게 경고했다
.
“
야
,
말조심해
.
지금 나 수잔나랑 같이 있어
.”
그 말을 들은 주혁의 목소리가 바로 풀이 죽었다
.
“
아
,
네
.......”
더 참을 수 없었던 나는 본론으로 들어갔다
.
“
너 혹시 엘리나랑 싸우고
,
혼자 나갔냐
?”
잠시 정적
.
그리고 아주 조심스러운 대답
.
“
네
?
형님이 그걸 어떻게
.......
엘리나가 말하던가요
?”
내 목소리는 이미 차갑게 굳어 있었다
. (이후의 내용은 댓글에서 이어집니다)
회차 목록(39화)
- 1화엇갈린 부부들 - 제 1화46803.28
- 2화엇갈린 부부들 - 제 2화23403.28
- 3화엇갈린 부부들 - 제 3화15603.28
- 4화엇갈린 부부들 - 제 4화11703.28
- 5화엇갈린 부부들 - 제 5화9403.28
- 6화엇갈린 부부들 - 제 6화7903.28
- 7화엇갈린 부부들 - 제 7화6603.28
- 8화엇갈린 부부들 - 제 8화6103.28
- 9화엇갈린 부부들 - 제 9화5203.28
- 10화엇갈린 부부들 - 제 10화4703.29
- 11화엇갈린 부부들 - 제 11화4303.29
- 12화엇갈린 부부들 - 제 12화4003.29
- 13화엇갈린 부부들 - 제 13화3703.29
- 14화엇갈린 부부들 - 제 14화3403.29
- 15화엇갈린 부부들 - 제 15화3303.29
- 16화엇갈린 부부들 - 제 17화3103.29
- 17화엇갈린 부부들 - 제 18화2803.29
- 18화엇갈린 부부들 - 제 19화2603.29
- 19화엇갈린 부부들 - 제 21화2503.29
- 20화엇갈린 부부들 - 제 22화2703.29
- 21화엇갈린 부부들 - 제 23화2203.29
- 22화엇갈린 부부들 - 제 24화[1]2103.29
- 23화엇갈린 부부들 - 제 25화2003.29
- 24화엇갈린 부부들 - 제 26화2103.29
- 25화엇갈린 부부들 - 제 27화[1]2003.29
- 26화엇갈린 부부들 - 제 28화1803.29
- 27화엇갈린 부부들 - 제 29화1703.29
- 28화엇갈린 부부들 - 제 30화1903.29
- 29화엇갈린 부부들 - 제 31화1703.29
- 30화엇갈린 부부들 - 제 32화1803.29
- 31화엇갈린 부부들 - 제 33화1603.29
- 32화엇갈린 부부들 - 제 34화1703.29
- 33화엇갈린 부부들 - 제 35화1603.29
- 34화엇갈린 부부들 - 제 36화1503.30
- 35화엇갈린 부부들 - 제 37화1403.30
- 36화엇갈린 부부들 - 제 38화1303.30
- 37화엇갈린 부부들 - 제 39화 (완결)1503.30
- 38화엇갈린 부부들 - 프롤로그[1]1203.30
- 39화엇갈린 부부들 - 에필로그1403.30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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