엇갈린 부부들
25화. 엇갈린 부부들 - 제 27화
겨울밤관찰자72026. 03. 29. 15:12 20
18px
내가 가는 이 길은 우리 네 사람이 함께 발을 맞춰야지 그 누구도 다치지 않고
,
갈 수 있더라고
.
등신같이
,
그걸 왜 이제야 느꼈을까
?
당연히
,
그게 내 마음대로 될 거라고 생각했나
?
내가 어떻게 엘리나랑 주혁이 마음까지 통제를 하냐는 말이다
.
착잡한 심정이 지속되는 가운데
,
한 해도 어느덧 끝나가고 있었고
,
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
.
연말이 되면 마음이 싱숭생숭한데
,
올해는 더하다
.
이 와중에 주혁은 회사에서 스키장 이용권 두 장을 받았다며
,
크리스마스에 하이원 리조트로 스키를 타러 가자는 말을 단톡방에서 해 버렸다
.
나머지 두 사람 비용은 자기가 대고
,
이번에는 자기 차로 갈 테니
,
식비만 내 달라고 간청한다
.
나는 망설여졌지만 수잔나가 너무나도 좋아했고
,
주혁이 이렇게까지 성의를 보이는데 빠질 수도 없었다
.
물론
,
그 놈이 왜 이렇게까지 우리랑 같이 가고 싶어 하는 지 알았다
.
만나는 시간 등 디테일한 사항을 대충 정하고서 대화를 마무리한다
.
그런데
.......
문제는 그 다음이었다
.
“
근데 여보
.”
“
응
?”
“
당신 회사는 왜 이런 거 없어
?”
“
뭐
?”
“
아니
,
주혁이 회사는 지난번에도 그렇고 펜션 숙박권이다 뭐다
,
스키장 이용권까지 막 주는데
,
당신 회사는 그런 거 안 주잖아
.
작년에 크리스마스 선물로 뭐 받았지
?
식용유랑 와인 한 병이 전부였잖아
.”
순간
,
분위기가 싸늘하게 식었다
.
그냥 기분 좋게 가서 놀고 오면 될 걸
,
얘는 굳이 긁어 부스럼을 만든다
.
“
그런 말을 왜 해
?”
“
좀
,
부러워서
......”
“
뭐
,
어쩌라고
?”
“
아니
,
왜 그렇게 발끈해
......?”
그녀는 말끝을 흐렸지만 이미 내 안의 감정은 올라올 대로 올라와 있었다
.
“
너 진짜 웃긴다
.
꼭 그딴 식으로 비교를 해야 속이 시원해
?”
“
비교가 아니라
......”
“
아니라고
?
난 그렇게 들리는데
?”
수잔나는 입을 다물어버렸고
,
공기는 순식간에 냉각됐다
.
더 이상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
.
그 동안 억눌려 왔던 감정이 터진 탓일까
,
스스로도 도저히 제어가 안 됐다
.
“
아
,
좆같네
.”
“.......”
“
됐어
.
너네 셋이서 가
.”
수잔나는 목소리를 떨며 말했다
.
“
뭐라고
?”
“
좆같다고
.
너네끼리 가라고
.”
그녀의 얼굴은 완전히 굳어버렸다
.
나는 담배를 집어 들고 밖으로 나와서는 바로 주혁에게 전화했다
.
아무 것도 모르는 그 놈은 목소리가 들떠 있었다
.
“
예
,
형님
.”
“
야
,
너네 셋이 가라
.
난 빠진다
.”
그는 당황한 목소리로 물었다
.
“
왜 그러세요
?
무슨 일인데요
?”
“
말해봐야 길어
.”
“
아니
,
잠깐만요 형님
.
이러시는 건 아니죠
.
갑자기 왜요
?”
나는 담배 연기만 연거푸 내뱉을 뿐
,
입을 다물었다
.
잠시 침묵이 이어지고
,
다시 주혁의 목소리가 들렸다
.
“
혹시 수잔나랑 싸웠어요
?”
“
하
.......”
“
그러지 말고 일단 만납시다
.
술 한 잔 해요
.”
그마저도 나가기 싫었지만 결국 외투만 걸치고 집을 나섰다
.
수잔나는 소파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
.
말리려는 시늉도 하지 않았고
,
따라오려는 기색도 없었다
.
그 모습이 괜히 더 화를 자극했다
.
나는 씹할
,
최소한의 선이라도 지키려고 이렇게 아등바등 하고 있는데
,
왜 쟤는 저런 식으로 엇나가고 지랄이지
?
주혁과 나는 대학로 북문 근처에서 만났고
,
착석한 지
10
분도 안 되어 소주 한 병을 비웠다
.
나의 이야기를 듣던 그가 혀를 끌끌 찼다
.
“
아유
,
형님도 참
.......”
“
뭐
?”
소주 한 잔을 털어 넣자 주혁이 두 손으로 술을 따라주며 말한다
.
“
아니
,
그래
,
비교해서 기분이 나쁠 수는 있어요
.
근데
,
그렇게까지 크게 일을 벌릴 필요가 있었나 싶어요
.”
미친놈아
,
사실 이렇게 된 건 너도 한 몫 했단다
.
그냥 엘리나랑 둘이서 조용히 다녀오면 될 걸
,
괜히 우리 둘까지 끌어 들여서는
.
그는 조용히 잔을 부딪치며 말을 이어갔다
.
“
그러지 말고
,
다 같이 가요
.
사실
,
저희 회사도 그렇게 직원들 복지 막 잘 챙겨주지 않아요
.
올해야 매출이 많이 늘어서 그런 거지
,
다음에 이런 기회 또 언제 올지 몰라요
.
제가 뭐
,
저희 둘만 즐겁자고 이러나요
?
형님하고 수잔나한테도 추억 만들어 드리려고 그러는 거죠
.”
“.......”
멍하니 잔만 바라보고 있는데
,
주혁이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
.
“
아나
,
진짜 우리 경률이 형님
,
은근 소녀 기질이 있으셔
,
하하
.”
“
시끄러 인마
.”
주혁은 내 표정을 살피더니 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리려는 듯 잔을 채웠다
.
하지만
,
나는 더는 미룰 수 없었다
.
우리 넷 중에
,
적어도 주혁이만큼은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알아야했다
.
지금 말하지 않으면
,
영영 말 못 할 것 같아서
.
“
야
,
주혁아
.”
“
예
,
형님
.”
“
우리 그 때 정선 여행 갔다 온 뒤로
.......
수잔나가 좀 변한 거 같아
.”
그는 잔을 입에 대던 손을 살짝 멈춘다
.
나는 숨을 깊게 들이켰다
.
“
사실
,
나 네가 수잔나랑 단둘이 몇 번 만난 거 알고 있어
.
같이 술 마신 것도 알고
.”
주혁의 입꼬리가 내려갔다
.
그는 잔을 비우고 천천히 내려놓았다
.
“
그게
,
상황이 좀
.......”
“
됐어
.
변명이나 듣자고 그런 말 한 거 아니야
.
그 때 둘이 만난 걸 뭐라 할 것도 아니고
.
근데 말이야
,
우리가 처음에 얘기한 거 있잖아
.
선은 지키자고
.
서로 마음은 건들지 말자고
.”
내 말투가 다그치는 건 아니었지만
,
목소리는 단단하게 굳어 있었다
.
주혁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내 말을 들었다
.
“
난 그냥 네가 무슨 생각으로 그랬나 궁금했고
,
혹시나 하는 마음에 말한 거야
.”
잠시 정적이 흘렀다
.
술집에서는 시끌벅적한 소리들이 들리는데
,
우리 둘 사이만 유난히 조용했다
.
주혁이 어렵게 입을 뗐다
.
“
형님
,
사실은
.......
저도 정선 갔다 온 후로 머리가 좀 복잡해요
.
수잔나랑 단둘이 만난 건 그냥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었어요
.
솔직히 말하면
......
엘리나랑 이야기 할 때보다 더 즐겁고 코드가 잘 맞더라고요
.”
“
그래
?”
“.......
네
.”
그 말을 듣는데
,
화가 난다기 보다는 오히려 안심이 되었다
.
그래도
,
이 새끼가 거짓말을 안 하고 있는 그대로 털어 놓는 게 고맙기도 했다
.
그는 혼자서 자잔을 하고 말을 이었다
.
“
요즘 엘리나랑 예전 같지 않아요
.
뭔가 둘 사이에 벽이 생긴 느낌이더라고요
.
대화하다 보면 어색하고
,
제가 뭘 말해도 반응이 시큰둥하고
.
그래서인지
,
수잔나랑 이야기할 땐 마음이 많이 편했어요
.
제 말도 잘 들어주고
,
뭐랄까
.......
그냥 사람 자체가 따뜻하잖아요
.”
“
그래서
,
그 따뜻함이 좋았던 거야
?”
주혁은 주춤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
.
“
예
.
근데
.......
그게 다예요
.
넘겨짚거나 감정적으로 휘둘릴 생각은 없어요
.
저도 선 넘지 말아야 한다는 거 잘 압니다
.”
멍하니 그 말을 듣고 있자니 속 깊은 데서 묘한 감정이 올라왔다
.
질투도 아니고 분노도 아니고
,
그토록 바라던 안도감이나 동질감이랄까
?
‘
아
,
얘도 나랑 비슷한 구석이 있네
.’
딱 그 생각이 들었다
.
잔을 들어 한 모금 삼키고 목소리를 차분히 낮췄다
.
“
야
,
주혁아
.”
“
네
,
형님
.”
“
네가 정말로 선 안 남을 자신 있다면
.......
우리 넷이 더 자주 보자
.
더블 데이트를 하든 스와핑이든 부부 교환이든
.
그게 서로의 외로움을 달래주고 독특한 재미를 준다면 나도 딱히 뭐라 할 생각은 없어
.
단
,
우리가 정한 룰 안에서 한다면야
.”
그 말은 사실 나 자신을 향한 변명이나 다름없었다
.
나부터가 엘리나와 단둘이 만나서 술도 마시고
,
서로 기대기도 하고 심지어 떡도 몇 번이나 쳤다
.
그런 내가 남한테 뭐라고 할 자격이 있나
?
없다
.
그러니까 오히려 솔직하게 말하는 게 나았다
. (이후의 내용은 댓글에서 이어집니다).
회차 목록(39화)
- 1화엇갈린 부부들 - 제 1화46803.28
- 2화엇갈린 부부들 - 제 2화23403.28
- 3화엇갈린 부부들 - 제 3화15603.28
- 4화엇갈린 부부들 - 제 4화11703.28
- 5화엇갈린 부부들 - 제 5화9403.28
- 6화엇갈린 부부들 - 제 6화7903.28
- 7화엇갈린 부부들 - 제 7화6603.28
- 8화엇갈린 부부들 - 제 8화6103.28
- 9화엇갈린 부부들 - 제 9화5203.28
- 10화엇갈린 부부들 - 제 10화4703.29
- 11화엇갈린 부부들 - 제 11화4303.29
- 12화엇갈린 부부들 - 제 12화4003.29
- 13화엇갈린 부부들 - 제 13화3703.29
- 14화엇갈린 부부들 - 제 14화3403.29
- 15화엇갈린 부부들 - 제 15화3303.29
- 16화엇갈린 부부들 - 제 17화3103.29
- 17화엇갈린 부부들 - 제 18화2803.29
- 18화엇갈린 부부들 - 제 19화2603.29
- 19화엇갈린 부부들 - 제 21화2503.29
- 20화엇갈린 부부들 - 제 22화2703.29
- 21화엇갈린 부부들 - 제 23화2203.29
- 22화엇갈린 부부들 - 제 24화[1]2103.29
- 23화엇갈린 부부들 - 제 25화2003.29
- 24화엇갈린 부부들 - 제 26화2103.29
- 25화엇갈린 부부들 - 제 27화[1]2003.29
- 26화엇갈린 부부들 - 제 28화1803.29
- 27화엇갈린 부부들 - 제 29화1703.29
- 28화엇갈린 부부들 - 제 30화1903.29
- 29화엇갈린 부부들 - 제 31화1703.29
- 30화엇갈린 부부들 - 제 32화1803.29
- 31화엇갈린 부부들 - 제 33화1603.29
- 32화엇갈린 부부들 - 제 34화1703.29
- 33화엇갈린 부부들 - 제 35화1603.29
- 34화엇갈린 부부들 - 제 36화1503.30
- 35화엇갈린 부부들 - 제 37화1403.30
- 36화엇갈린 부부들 - 제 38화1303.30
- 37화엇갈린 부부들 - 제 39화 (완결)1503.30
- 38화엇갈린 부부들 - 프롤로그[1]1203.30
- 39화엇갈린 부부들 - 에필로그1403.30
댓글 1
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.
- 검은발자국6새싹2026. 08. 03. 15:17
표현력이 좋으시네요
야설
목록 전체보기총 게시물 : 5,484건
번호제목이름날짜조회추천
- 1504더블 데이트 Route C안개낀수집가804.26180
- 1503옆집 남자에게 끌려요[2]은밀한발자국704.261,4536
- 1502촛농 떨어뜨리기[3]붉은이야기꾼04.2610,43250
- 1501어린 토미 - 2부 (femdom,변기노예)별헤는몽상가804.26240
- 1500그 후로조용한편지404.2620
- 1499이혼녀들푸른편지804.26170
- 1498귀연아지의 연습붉은일기504.26440
- 1497수리하는 남자 (꽃집 여사장)바닷가방랑자904.26190
- 1496死神의 날개느긋한나그네1004.26680
- 1495어느 여름날의 서고달빛나그네404.262492
- 1494남자를 그리며겨울밤여행자604.26220
- 1493음란한 형수-상편 (도련님 너무 외로워요)나른한부엉이204.262001
- 1492몬스터나른한일기704.261000
- 1491아들의 여자친구겨울밤달팽이704.26290
- 1490더블데이트1 - 은희의 가슴은하수등대지기704.2600
- 1489회사 성생활수줍은부엉이804.2540
- 1488거짓말 - 4편_완결_바닷가나침반04.25300
- 1487[어제] ♡딸기겅쥬님 과의촛불든나그네604.2550
- 1486미소짓는 아내[1]은밀한산책자404.255023
- 1485동갑 클럽의 여인들설레는산책자1104.2520