엇갈린 부부들
22화. 엇갈린 부부들 - 제 24화
겨울밤관찰자72026. 03. 29. 12:12 21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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두 번의 쓰리섬
.
첫 번째는 정말 인생에서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
.
두 번째도 마찬가지였다
.
아
,
물론 다른 의미로
.
주혁과 함께 수잔나를 범할 때
,
그의 현란한 손놀림과 애무에 그녀가 쉽게 몸을 내어주던 장면이 떠올랐다
.
육봉이야 내 것이 더 크고 굵었고
,
수잔나도 나랑 할 때가 더 좋았다고 했지만
,
그럼에도 불안함을 지울 수 없었다
.
내가 먼저 시작한 여정
.
우리 넷은 브레이크가 망가진 채 달리는 열차에 올라탄 것이나 다름없었다
.
후회해야 이미 늦었고
,
그렇다고 없던 일로 하는 건 더더욱 불가능했다
.
이 열차에서 모두 뛰어 내리지 않는 이상
,
그 누구도 이 흐름을 돌이킬 수 없었다
.
그 끝에는 뭐가 자리하고 있을 지 아무도 알지 못했지만
,
한 가지 확실한 건 있었다
.
수잔나와의 결혼 생활을 지켜야지 엘리나와의 밀애도 우리 넷의 관계도 이어갈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
.
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변해야 할 것 같았다
.
이 말도 안 되는 관계의 순기능이라고 할까
?
요 몇 년 동안 틈만 나면 술이나 처마실 줄 알았지
,
운동을 오래 안 하다 보니 팔뚝이고 허벅지고 근육이 안 빠진 데가 없었다
.
오랫동안 쓰지 않아 먼지가 뽀얗게 쌓여 있던 덤벨을 꺼내 닦았고
,
종합 비타민
,
아연 영양제도 구입했다
.
이제는 좀 달라지는 거다
.
* * *
이 상황을 엘리나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
?
정말 어리석게도 그 생각이 떠오른 것은 정선 여행을 다녀오고 몇 주가 흐른 뒤였다
.
진즉에 물었어야 했는데
,
내가 이 관계에 주도권을 쥐겠다는 생각
,
수잔나가 어떻게든 주혁에게 마음까지 주는 건 막아야겠다는 생각에 그녀를 잊고 있었던 것이다
.
가슴이 착잡해져 오는데
,
감수팀장이 나를 불렀다
.
“
경률씨
.
잠깐 이야기 좀 할까
?”
“
네
?
아
,
네
.”
우리 둘은 사무실 밖 흡연구역으로 갔다
.
그가 씩 웃으며 담배에 불을 붙이는데
,
뭔가 좋은 소식이 있는 것 같다
.
“
저번에 말했던 그 사람 있지
.
엘리나인가
?”
“
네
.”
“
내일 혹시 면접 보러 올 수 있는 지 한 번 물어 봐
.”
“
진짜요
?”
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었다
.
지난번에 채용할 의사가 없다고 했을 때
,
안되나 싶었는데
.
운영부장하고 이야기 잘 된 모양이다
.
“
응
.
제임스가 일이 생겨서 급하게 본국으로 돌아가야 된대
.
당장 다음 주부터 원어민 감수자 한 명이 비어
.”
“
알겠습니다
.”
이건 분명 하늘이 돕는 것이다
.
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 시기에
TO
가 딱 난다는 말인가
?
퇴근 후에 설레는 마음으로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
.
같은 부서는 아니지만 엘리나와 한 회사에서 함께 일할 수 있다니
.
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차올랐다
.
“
여보세요
?”
“
응
,
경률
.”
“
좋은 소식이 있어
.”
“
뭔데
?”
“
우리 회사 감수팀에 곧 한 자리 날 것 같아
.
회사에서 너 내일 한 번 오라는데
?
면접 보러
?”
“
와아
!”
수화기 너머 엘리나는 미친 듯이 들떠서 소리를 질렀다
.
나는 차분히 말을 이어갔다
.
“
이력서 포함해서 필요한 서류가 몇 개 있어
.
뭐뭐 챙겨야 하는 지는 카톡으로 알려줄게
.”
“
정말 고마워
.
안 그래도 요즘 일 없어서 생활하는 게 불안 불안했는데
,
잘 됐다
!”
전화를 끊고서
,
엘리나가 챙겨야 할 서류가 무엇인 지를 알려주었다
.
전화를 끊고 난 뒤
,
휴대폰을 가만히 내려놓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
.
엘리나가 안정적인 일을 찾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마당에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
.
하지만
,
왠지 수잔나에게 바로 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
.
괜히 숨겼다가 나중에 더 큰 싸움으로 번지는 게 싫었으니까
.
집에 도착하니 수잔나는 식탁에서 노트북으로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
.
“
왔어
?
수고했어
.”
“
응
.
맞다
,
여보
.
좋은 소식이 있어
.”
“
뭔데
?”
나는 미소를 머금은 채 입술을 깨물다가 말을 꺼냈다
.
“
저기
,
우리 회사 감수팀에 한 자리가 날 거 같아
.
그래서 엘리나 내일 면접 보러 올 거야
.”
그 말이 끝나자 수잔나의 얼굴이 굳었다
.
작은 정적이 흘렀다
.
천천히 커피 잔을 내려놓더니
,
나를 보지도 않고서 성의 없는 대답을 했다
.
“
그래
?”
“?”
“
그 때는 그냥 지나가는 말로 하는 줄 알았는데
.......
정말 그렇게 되네
.”
이 반응은 뭐지
?
나는 억지로 웃으며 말을 이었다
.
“
왜 그래
?
당신도 알잖아
.
우리 다 같이 있을 때 내가 먼저
.......”
“
알아
.”
그녀가 내 말을 끊고는 자기가 할 말을 이어갔다
.
“
근데
,
걔가 진짜로 당신이랑 같이 일한다고 생각하니까 기분이 좀 그래
.”
“
그게 어때서
?”
“
한 회사에 같이 다닌다는 것 자체가 마음이 편하진 않아
.”
“
왜
?”
나도 기분이 상했고
,
그 때부터 말투가 변하기 시작했다
.
수잔나는 잠시 생각을 고르고 대답했다
.
“
아니
,
솔직히
,
일자리는 엘리나 본인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 아니야
?
근데 왜 당신이 그렇게 적극적으로 나서
?
좀 과하다고 생각하지 않아
?”
“
우리가 얼마나 자주 만나고 가까운 사이인데
,
그 정도는 해 줄 수 있지
.
그게 그렇게 이상한가
?”
“
이상해
.”
단호한 목소리였다
.
“
내가 보기엔 그래
.
친구라고 해도 도울 게 있고 아닌 게 있는 거야
.
그리고
......
당신이 엘리나를 도와주는 방식이 그냥 친구로서의 선을 넘는 것처럼 보여
.”
나는 말문이 막혔다
.
어쩌면 언젠가는 이런 대화를 할 순간이 오리라 생각했지만 한편으로는 억울하기도 했다
.
“
하
.......”
말문이 막혀서 한숨을 내뱉는데
,
수잔나는 아직도 할 말이 많았다
.
“
우리 지난번에 합의했잖아
.
함께 만나서 성욕은 풀어도
,
마음만은 주지 말자고
.
근데
,
당신이 엘리나한테 하는 거 보면 그게 아닌 거 같아
.”
“
지금 그 얘기가 왜 나와
?
그거랑 이거랑 같아
?”
“
뭐가 달라
?
필요 이상으로 신경 쓰는 게 보이는데
?”
“......”
수잔나는 마침내 일어서서 내 앞으로 다가왔다
.
눈에는 독기가 서려 있었다
.
이 상황이 아무리 생각해도 도저히 납득이 가질 않았다
.
왜 저렇게 급발진하지 갑자기
?
아니
,
막말로 나도 수잔나가 주혁이랑 단둘이 몇 번이고 만나고 술까지 마셨다는 걸 알고 있다
.
근데
,
아무 말 안하고 있는데
?
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삭이고서 차분히 대답했다
.
“
그래
,
당신 눈에는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지
.
이해해
.
근데
,
엘리나 걔가 한국에서 뭘 할 수 있어
?
할 줄 아는 거 영어밖에 없는 애가
?”
“
그건 걔네들 사정이지 왜 당신이 그렇게 돕고 나서냐고
!
내 말 뜻 모르겠어
?”
“
뭐야 당신
?
언제부터 그렇게 이기적이었어
?”
그 표정을 보는 순간
,
마치 가슴 안쪽 어딘가가 서늘하게 식어 내려가는 기분이 들었다
.
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
.
넷이서 함께 여행을 다녀오고
,
파트너를 바꾼 뒤로
,
누가 먼저 감정 변화를 보이는 걸까
?
참 이상하지
.
다른 남자 좆 맛을 한 번 보고
,
다정하게 몇 번 대해주면 거기 넘어가서 자기 남편에게 더 소홀할 법도 한데
,
수잔나는 거꾸로 가고 있었으니
.
그 순간
,
그런 생각이 들었다
.
어쩌면 수잔나가 나를 정말로 사랑하고 있고
,
그렇기에 저렇게까지 예민하게 나오는 건 아닐까하는
,
어찌 보면 억측일 지도 모를 생각
.
초조함과 죄책감이 다시 나를 덮쳤고
,
나는 천장을 보면서 숨소리로 분노를 힘겹게 잠재운다
. ‘
너도 주혁이랑 단둘이 술 마시고 지랄했잖아
’
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오다가 겨우 내려갔다
.
그래
,
잘 참았다
.
우리 둘은 침묵으로 서로 대치하고 있었고
,
나는 거실 바닥을 보다가 고개를 들었다
.
“
미안해
,
여보
.”
“
뭐가
?”
“
괜히 오해하게 만들어서
.”
수잔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
.
“
선은 지키자고 했잖아
......
그것도 당신이 먼저 한 말이야
.”
그 말을 듣는 순간
,
속이 뒤틀렸다
.
먼저
?
그럼 주혁이랑 단둘이 술 마시고
,
손까지 잡은 건 뭐였는데
?
차마 이해할 수 없었다
.
하지만 그 말은 입안에서만 맴돌다 다시 목구멍 깊숙이 가라앉았다
.
던지는 순간
,
진짜로 돌이킬 수 없게 될 것 같았다
.
“
그래
.”
수잔나를 부드럽게 끌어안았다
.
이렇게까지 격하게 반응하는 걸 보면
,
정말 선은 지키고자 한 것일 수도
.
지금 필요한 건 진실 여부가 아니라
,
우리 관계를 이어갈 최소한의 숨구멍이었다
.
나는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말했다
.
“
내가 너무 앞서갔네
.”
수잔나는 내 품 안에서 한참을 침묵하더니
,
낮은 목소리로 말했다
.
“
어차피 면접까지 보기로 했다면서
?
이제 와서 내가 막을 수도 없고
,
그래서도 안 되겠네
.”
그녀는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
회차 목록(39화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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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 4화엇갈린 부부들 - 제 4화11703.28
- 5화엇갈린 부부들 - 제 5화9403.28
- 6화엇갈린 부부들 - 제 6화7903.28
- 7화엇갈린 부부들 - 제 7화6603.28
- 8화엇갈린 부부들 - 제 8화6103.28
- 9화엇갈린 부부들 - 제 9화5203.28
- 10화엇갈린 부부들 - 제 10화4703.29
- 11화엇갈린 부부들 - 제 11화4303.29
- 12화엇갈린 부부들 - 제 12화4003.29
- 13화엇갈린 부부들 - 제 13화3703.29
- 14화엇갈린 부부들 - 제 14화3403.29
- 15화엇갈린 부부들 - 제 15화3303.29
- 16화엇갈린 부부들 - 제 17화3103.29
- 17화엇갈린 부부들 - 제 18화2803.29
- 18화엇갈린 부부들 - 제 19화2603.29
- 19화엇갈린 부부들 - 제 21화2503.29
- 20화엇갈린 부부들 - 제 22화2703.29
- 21화엇갈린 부부들 - 제 23화2203.29
- 22화엇갈린 부부들 - 제 24화[1]2103.29
- 23화엇갈린 부부들 - 제 25화2003.29
- 24화엇갈린 부부들 - 제 26화2103.29
- 25화엇갈린 부부들 - 제 27화[1]2003.29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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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 27화엇갈린 부부들 - 제 29화1703.29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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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 31화엇갈린 부부들 - 제 33화1603.29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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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 33화엇갈린 부부들 - 제 35화1603.29
- 34화엇갈린 부부들 - 제 36화1503.30
- 35화엇갈린 부부들 - 제 37화1403.30
- 36화엇갈린 부부들 - 제 38화1303.30
- 37화엇갈린 부부들 - 제 39화 (완결)1503.30
- 38화엇갈린 부부들 - 프롤로그[1]1203.30
- 39화엇갈린 부부들 - 에필로그1403.30
댓글 1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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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 수줍은나침반2새싹2026. 08. 06. 06:47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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