엇갈린 부부들

30화. 엇갈린 부부들 - 제 32화

겨울밤관찰자72026. 03. 29. 20:12 18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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수잔나의 말이 끝나는 순간 , 가슴에 힘이 빠지며 긴장이 풀렸다 . 이해해줘서 고맙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 그 바로 뒤로 , 엘리나를 볼 수 있다는 사실에 선명한 설렘이 밀려왔다 . 지금 얼마나 비참함을 느끼며 무너져 있을까 ? 안타까웠고 , 이 모든 걸 일으킨 주혁이 새끼는 보이면 정말 한 대 치고 싶을 정도로 분노도 일었다 . 그 모든 감정들이 한꺼번에 치고 올라와 분류조차 할 수 없었다 . 그 와중에도 내 손은 자연스럽게 핸들을 꺾었고 , 다음 출구에서 빠져나왔다 . 머리 위 푸른색의 이정표가 전조등에 번쩍일 때마다 내 마음도 기묘하게 갈라지고 흔들리고 있었다 . “ 괜찮겠어 ?” 수잔나의 물음에 나는 짧게 , 고개만 끄덕였다 . ---------- ‘ 딩동 -’ 초인종 소리가 나기가 무섭게 그녀의 발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열렸다 . 엘리나는 이미 울음을 한참 쏟아낸 얼굴이었다 . 눈두덩은 부어 있었고 , 코끝까지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. “ 와 줘서 고마워 .......”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이름을 부르는 순간 , 수잔나는 말도 없이 다가가 그대로 그녀를 품에 안았다 . 엘리나는 얼굴을 파묻고 어린애처럼 울기 시작했다 . 그 장면을 보면서 , 마음 한켠이 무너져 내렸고 ,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. 심주혁 이 개새끼를 진짜 ....... 한참 울음을 받아주던 수잔나가 내 쪽을 슬쩍 보았다 . 나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말했다 . “ 일단 , 나가자 .” 엘리나는 울음을 멈추지 못한 채 우리 둘을 번갈아 보았다 . “ 어딜 ?” “ 시내 가자 . 타종식 보고 싶다고 했잖아 .” “ 지금 ?” “ 그래 . 나가서 바깥 공기 좀 쐬면 나을 거야 . 가자 . 옷 입어 .” 엘리나는 욕실로 가서 세수를 하고 , 점퍼를 입고 나왔다 . 수잔나는 그녀에게 팔짱을 끼면서 다독이고 위로해주었다 . 차 뒷좌석에 타서도 이야기를 많이 나누니 엘리나의 표정이 조금은 핀다 . 지금 이 순간은 수잔나가 너무나도 고마웠다 . 30 분 정도 걸려 겨우 시내에 도착한다 . 이 곳 저 곳을 돌다가 유료 주차장 한 군데를 겨우 찾아서 주차를 한다 . 11 시 52 분이다 . 그래도 시간 전에 도착해서 참으로 다행이다 . 종 앞으로는 이미 수많은 인파가 들어서서 바로 앞에서 보는 건 불가능했고 , 나는 공원 끄트머리의 대리석 옹벽으로 갔다 . 거기서 몇 사람들이 이미 서 있었지만 다행히 우리 세 사람이 설 만한 공간은 있었다 . 엘리나의 얼굴이 조금씩 밝아지고 있었다 . 수잔나가 그녀의 손을 잡고 뭐라 이야기를 건네면 , 엘리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약하게나마 웃었다 . 그것만으로도 오늘 여기 온 의미가 있었다 . “ 곧이다 !” 누군가 외쳤다 . 11 시 59 분 40 초가 지나간다 . 주변 사람들이 일제히 휴대폰을 들어올리고 , 카메라 플래시가 여기저기서 번쩍였다 . 전광판 숫자가 ‘10’ 에 다다르는 순간 , 공원 전체가 하나의 심장처럼 박동하기 시작했다 . 그리고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. 10, 9, 8, 7, 6, 5, 4, 3, 2, 1....... 영겁같던 10 초가 끝나고 폭죽이 하늘을 갈랐다 . 새까만 밤하늘을 뚫고 올라간 불꽃이 제야의 종소리와 함께 새해가 왔음을 알린다 . 붉고 , 금빛이고 , 파랑이었고 수많은 불빛들이 조각나 공원 위 하늘을 수놓는다 . 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!” 사람들의 목소리가 사방에서 터져 나왔다 . 나도 자연스럽게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. “ 새해 복 많이 받아 .” 수잔나는 활짝 웃으며 내 어깨를 톡 쳤다 . “ 자기도 .” 엘리나는 차분하면서도 분명한 목소리로 말했다 . “ 두 사람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아 .” 그 순간 , 그녀의 얼굴이 번뜩이는 불꽃에 환하게 비친다 . 주혁이 남긴 슬픔과 아픔이 여전히 서려 있었지만 , 수많은 불꽃을 올려다보면서 환하게 웃는 모습 . 그 때 , 나는 아까부터 가라앉지 않던 한 가지 감정을 깨달았다 . 이 밤 , 우리 세 사람 , 특히 엘리나가 다시 웃는 모습을 ...... 지독할 만큼 놓치고 싶지 않았다 . 한참을 서 있었고 , 하늘을 장식하던 불꽃이 사그라들 무렵 , 우리는 자연스럽게 “ 한 잔 할까 ?” 라는 말을 꺼냈다 . 하지만 시내는 이미 사람들로 꽉 찼다 . 들어가는 가게마다 자리가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. 결국 더 돌아다니는 건 의미 없다는 걸 깨닫고 , 나는 두 여자를 데리고 우리 집으로 향했다 . 배달 앱을 켜서 이것저것 시켰는데 , 문제는 음식이 전혀 올 기미가 없다는 거였다 . 예상 도착 시간은 계속 뒤로 밀리고 , 결국 우리는 기다리기를 포기하고는 술부터 건드렸다 . 캔맥주 몇 개와 소주 한 병을 꺼내자 엘리나는 말도 없이 잔에 소주와 맥주를 마구 섞기 시작했다 . 그리고는 벌컥 벌컥 마시더니 이내 한 잔을 비웠다 . “ 천천히 마셔 .” 내가 말하자 그녀가 씁쓸하게 웃으며 잔을 내려놓았다 . “ 진짜 소맥은 최고의 술이야 . 도대체 누가 만들었을까 . 상이라도 줘야 해 , 헤헤 .” 잔속의 금빛 거품이 부서지듯 , 엘리나 얼굴에 남아 있던 슬픔도 조금씩 풀리는 듯했다 . 맥주 4 병과 소주 한 병을 비웠을 때 , 겨우 음식이 도착했다 . 도로가 아직 막히는 지 , 음식은 다 식어 있었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. 엘리나와 함께 연말연시를 함께 보낼 수 있다는 것으로도 감사했으니까 . 수잔나는 씻고 옷을 갈아입고 오겠다면서 욕실로 들어가 버렸다 . 거실에는 우리 둘만 남았고 , 내 가슴은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다 . 엘리나의 볼은 아직도 붉었고 , 잔에 남은 마지막 소맥을 손가락으로 빙글 돌리며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. 나는 손을 내밀어 그녀의 손을 살짝 잡았다 . “ 좀 괜찮아 ?” 엘리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. “ 응 . 너희 둘 덕분이야 . 진짜 , 너무 고마워 . 근데 .......” 그녀는 살짝 웃으며 내 눈을 피했다 . “ 미안해 ....... 너희 포항 놀러 가는 거 내가 다 망쳤어 .” “ 으음 , 아니야 . 신경 쓰지 마 . 난 ......” 잠시 망설였지만 , 이미 입술은 멋대로 말을 이어갔다 . “ 난 너랑 이렇게 있는 게 더 좋아 .” “.......” “ 주혁이 때문에 많이 속상했지 ?” 내가 묻자 , 엘리나는 잠시 아무 말 없이 입술을 깨물었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. 나는 더 견딜 수 없어 그녀를 끌어안았다 . 그녀의 온기가 내 가슴과 배를 따뜻하게 적셨고 , 아직 남아 있는 울컥한 감정이 숨결을 타고 흘렀다 . 그 짧은 접촉만으로도 , 피가 아래로 한꺼번에 쏠리는 느낌이 들었다 . 지금은 때가 아닌데 , 내 좆은 분위기 파악을 못하고 나대기 시작했다 . 그러자 엘리나가 내게서 몸을 떼더니 아래를 내려다본다 . “ 이거 왜 이래 ?” 내 육봉은 의지와 상관없이 아주 충실하게 반응한 상태였다 . 엘리나는 피식 웃더니 , 손끝으로 내 바지 위 불룩한 부분을 슬쩍 문질렀다 . “ 뭐야 ? 나 안아줬다고 이렇게 돼 ?” 그녀의 목소리가 장난스러우면서도 묘하게 떨렸다 . 나는 순간적으로 정신이 번쩍 들었다 . 본능이 폭주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시선을 돌렸는데, 하필 욕실 문 쪽으로 가 버리고 말았다 . 굳게 닫힌 문 너머로는 샤워기에서 흐르는 물소리만이 들리고 있었다 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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