엇갈린 부부들
26화. 엇갈린 부부들 - 제 28화
겨울밤관찰자72026. 03. 29. 16:12 18
18px
토요일 아침
,
주혁이 운전하는
SUV
가 우리 집 앞에 섰다
.
엘리나가 창문을 열고 손을 흔들었다
.
“
얼른 타
!”
괜히 가슴이 두근거렸다
.
지난번 정선 가서 그 난리통을 겪었는데
,
이번에도 정선이라니
.
제발
,
아무 일 없이 즐겁게만 놀다 오길
,
마음속으로 몇 번씩 되뇌었다
.
차가 출발하고 고속도로로 진입한다
.
분위기는 예상외로 아주 좋았다
.
세 사람 모두 지난번 일을 말 안 하고 피하기보다
,
그냥 자연스럽게 흘려보내기로 한 듯했다
.
수잔나와 주혁은 여전히 말만 하면 서로 웃겨대고
,
티키타카가 잘 됐다
.
지난번 같았으면 은근히 거슬렸겠지만 오늘은 그냥 그러려니 했다
.
굳이 신경 쓰고 싶지 않았고
,
오히려 이 기분 좋은 흐름을 깨고 싶지 않았다
.
하이원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스키장으로 향했다
.
장비를 받고 곤돌라에 전부 나란히 앉자 주혁은 휴대폰으로 우리 넷의 셀카를 찍었다
.
그리고 뭐가 그리 즐거운 지 세 사람은 깔깔 웃으며 떠든다
.
나는 마음속에서 아직 정리되지 않은 감정을 하나씩 정리하면서 먼 산을 바라보고 있다
.
하얀 설원과 굽이굽이 솟은 산들이 시선을 메우자 가슴이 뻥 뚫렸다
.
그래
,
자연도 보고 깨끗한 강원도 공기도 마시고 오늘 하루 재미있게 놀자고
.
주혁은 자신이 있는 지
,
우리 넷 중 유일하게 보드를 타겠다고 했고
,
슬로프에서 능숙하게 미끄러져 내려갔다
.
나는 스키를 타 본 적이 없어서 처음에는 몇 번이고 자빠졌지만
,
그래도 운동 신경이 없지는 않아서 금방 감을 잡았다
.
문제는 여자 둘이었다
.
수잔나와 엘리나는 한 사람이 넘어지면 나머지 한 사람도 넘어지고
,
같이 얽혀 굴러가고
,
다시 일어나서는 또 웃으며 넘어지고 난리도 아니었다
.
보다 못한 주혁과 내가 그들을 잡아주기로 했다
.
그러다 자연스럽게 파트너가 바뀌었다
.
나는 엘리나의 장갑 낀 손을 잡고 균형 잡는 법을 알려줬다
.
가까이 들여다본 그녀의 얼굴은 볼이 빨갛게 얼어 있었다
.
“
어우
,
진짜 못 하겠어
.
어려워
.”
하고 투덜거리는데
,
그 모습이 참 정겹고 귀여웠다
.
옆에서는 주혁이 수잔나의 허리를 뒤에서 감싸 잡아주며 천천히 밀어주고 있었다
.
누가 보면 두 사람은 연인같아 보였지만 나는 일부러 시선을 거둬냈다
.
오늘은 그냥 즐기면 되는 날이다
.
해가 질 무렵
,
우리 넷은 숙소로 돌아왔다
.
현관에서 하나 둘씩 신발을 벗는데
,
갑자기 찐하게 올라오는 발 냄새가 우리 코를 찔렀다
.
“
아이 씨
,
누구야
?”
주혁이 코를 막으며 웃었다
.
수잔나는 자기 발을 들어 코에 갖다 대더니 아니라고 손사래 친다
.
맡아보니 내 것도 아니었다
.
결국 엘리나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
.
“
아
,
나인가 보다
.”
“
아유
,
진짜
.
당신부터 씻고 와
.”
주혁과 수잔나는 그녀를 보고 웃고 있었지만 엘리나의 얼굴에는 그늘이 가득했다
.
몇 시간이나 꽁꽁 갇혀 있던 발이라 우리 네 사람 모두 어느 정도는 냄새가 났을 텐데
,
꼭
,
저렇게 꼽을 줘야 하나
?
그런데
,
그 순간
,
왜인지 모르게 미묘한 전율이 등을 타고 올라왔다
.
처음 맡아 보는 그녀의 체취에 성욕보다 페티시가 먼저 잠에서 깨어났다
.
그녀가 걸었던 방바닥을 보면서 생각에 잠기는데
,
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
.
모두 배고파서 난리인데 밥부터 먹어야 한다
.
엘리나가 나온 다음
,
내가 서둘러 씻고서는 고기를 꺼내 구웠다
.
숯불 향이 퍼지고 네 사람의 잔이 부딪히자
,
아까까지의 장난스런 분위기가 다시 살아났다
.
“
오늘 제대로 달려보자
!”
주혁이 소리치며 소주를 가득 따라줬다
.
엘리나는 매운 양념 고기를 먹고 히죽거리며 얼굴을 붉혔고
,
수잔나는 기분 좋게 취기가 오른 목소리로 자꾸 우리들에게 건배를 청했다
.
빈 술병이 하나 둘씩 늘어가고
,
어느덧 우리는 파트너를 바꿔 앉았다
.
난리도 아니다
.
어젯밤에 내가 수잔나와 나눈 이야기가 떠오르네
.
자신도 이런 순간들을 맘껏 즐기되
,
선은 넘지 않겠다고
.
주혁과 함께 시간을 보내도 된다고 했을 때
,
수잔나는 그렇게 하겠다고 했고
,
오늘은 우리 둘 다 고삐를 던져 풀기로 했다
.
시작은 내가 먼저 했다
.
“
자
,
아
~”
내 옆에 앉은 엘리나에게 고기 한 점을 쌈에 싸서 먹여 준다
.
그녀는 입을 벌리고서 받아먹고는 우걱우걱 씹었다
.
“
아유
,
잘 먹네
.”
나는 그녀를 어린애 다루듯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
.
이에 질세라
,
주혁과 수잔나가 서로를 마주 보았다
.
“
우리 둘만 한 잔 할까
?”
그 둘은 함께 술을 따라 마시더니 러브 샷을 했다
.
그 광경을 본 나는 상추 한 장을 집어 들었다
.
“
나눠 먹자
,
헤헤
.”
“
좋아
.”
엘리나와 나는 상추 양 끝을 입에 물고
,
먹어 들어간다
.
우리 둘 다 상추 중간까지 왔을 때
,
마지막 조각이 내 입으로 빨려 들어갔고
,
우리 둘의 입술이 살며시 서로 마주했다
.
그 때였다
.
엘리나는 빙긋 웃으며 내 볼에다가 뽀뽀를 했고
,
예상치 못한 행동에 나와 주혁은 둘 다 얼어붙고 말았다
.
주혁의 눈썹이 살짝 일그러지자 나는 알 수 없는 쾌감과 승리감이 젖었다
.
끝이 뻔히 보이는 전개였지만
,
내 가슴은 마치 짝사랑하는 여자에게 고백을 하듯 벌렁벌렁거렸다
.
그렇게 바비큐장을 정리하고 들어 온 우리는 내가 사 온 안주거리로 계속 음주를 이어갔다
.
나는 가방에서 잭다니엘
700ml
한 병을 꺼냈다
.
“
짜잔
!”
“
우와
,
형님
.
위스키를 사 오셨어요
?”
“
그래
.
그렇게 비싼 건 아니더라도 가끔은 한 잔씩 먹자
.
스트레이트로 마시기 싫은 사람들 위해 콜라도 좀 사 왔어
.”
나는 가방에서 콜라 캔 몇 개를 더 꺼내 테이블에 올려놓았다
.
주혁이 눈을 반짝이며 종이컵을 내 앞으로 내밀었다
.
엘리나는 살짝 웃으며 잔을 내밀었고
,
수잔나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지켜봤다
.
우리는 각자 잔에 위스키를 따르고
,
콜라를 섞거나 그냥 마시며 바비큐의 여운을 즐겼다
.
공기가 부드럽게 달아오르는 게 느껴졌다
.
술기운이 돌면서 마음이 풀어짐과 동시에 내 좆까지 반쯤 일어서 있다
.
잭다니엘이 한 바퀴 돌고 나서
,
나는 자연스럽게 입을 열었다
.
목소리가 살짝 떨렸지만
,
술 덕에 용기가 났다
.
“
야
,
나 요즘 궁금한 게 있어
.”
“
네
,
뭔데요
?”
“
주혁이 너랑 엘리나는 혹시 성적인 판타지 같은 거 없어
?
나는 발 페티시 있잖아
.”
주혁이 헛기침을 하며 웃었다
.
그의 눈빛에 장난기가 스쳤다
.
술잔을 비우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
.
“
형님
,
저는요
......
숲이나 해변같이 야외에서 한 번 떡 치는 게 소원이에요
.
아직 엘리나랑 그런 적 한 번도 없거든요
.”
엘리나가 주혁의 팔을 툭 치며 웃었다
.
야외라니
,
상상만 해도 무척 흥분이 된다
.
같은 생각을 하는 지 엘리나의 뺨이 발그스레하게 변했다
.
이제 그녀 차례다
.
우리의 시선이 일제히 향하자 그녀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
.
“
난 그런 건 모르겠고
,
남자보다 내가 먼저 사정하는 게 소원이야
.
보통 남자들이 먼저 가잖아
?
나부터 절정 느끼고 싶어
.”
그 말에 우리는 다 웃음을 터뜨렸다
.
말하면서도 긴장된 게 느껴졌지만 솔직한 모습은 귀여웠고
,
매력으로 다가왔다
.
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잔나를 봤다
.
“
당신은
?”
수잔나는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
.
“
나는
.......
섹스 하면서 달콤하거나 저질스러운 말도 주고받으면서 해 보고 싶어
.
뭐랄까
,
그러면 진짜 흥분되거든
.”
각자의 비밀이 드러나면서 공기가 무거워지기보다는 오히려 더욱 짙은 흥분으로 물들었다
.
나는 잔을 들며 생각했다
.
이 소원들
,
다들 파트너에게 바라는 거였을 텐데
.
아직 이루지 못한 게 많아 보였다
.
“
음
,
다들 각자의 파트너에게 바라는 소원 같네
.
그런데 아마 아직 못 이룬 거 많을 것 같아
.
오늘 밤에 한 번 해 보자
.
여기서 서로 도와서
.
야외
?
달콤한 말
?
발 페티시
?
다 할 수 있어
.”
“
아이
,
오늘은 안 돼요
.
밖에 저렇게 추운데 어떻게 나가요
,
헤헤
.”
주혁이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보며 물었다
.
“
그러는 형님은 또 어떤 걸 하고 싶으세요
?”
“
음
......”
나는 한참을 머뭇거렸다
.
아무리 우리가 스와핑까지 했어도 이거는 그것보다 훨씬 더 깊고 선을 넘는 것이었다
.
침만 꼴깍 삼키며 위스키 두 잔을 단숨에 비운다
.
술 기운에 용기가 좀 더 필요했다
.
“
파트너 바꿔서 한 방에서 같이 하는 거
?”
“
네
?”
주혁은 손뼉을 크게 치며 웃었고
,
엘리나는 경멸하듯 고개를 저었지만
,
호기심이 보였다
.
수잔나는 손을 모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
.
술기운이 우리를 더 대담하게 만들었고
,
내 마음속에서 판타지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
.
이 밤이 어떻게 흘러갈지
.
회차 목록(39화)
- 1화엇갈린 부부들 - 제 1화46803.28
- 2화엇갈린 부부들 - 제 2화23403.28
- 3화엇갈린 부부들 - 제 3화15603.28
- 4화엇갈린 부부들 - 제 4화11703.28
- 5화엇갈린 부부들 - 제 5화9403.28
- 6화엇갈린 부부들 - 제 6화7903.28
- 7화엇갈린 부부들 - 제 7화6603.28
- 8화엇갈린 부부들 - 제 8화6103.28
- 9화엇갈린 부부들 - 제 9화5203.28
- 10화엇갈린 부부들 - 제 10화4703.29
- 11화엇갈린 부부들 - 제 11화4303.29
- 12화엇갈린 부부들 - 제 12화4003.29
- 13화엇갈린 부부들 - 제 13화3703.29
- 14화엇갈린 부부들 - 제 14화3403.29
- 15화엇갈린 부부들 - 제 15화3303.29
- 16화엇갈린 부부들 - 제 17화3103.29
- 17화엇갈린 부부들 - 제 18화2803.29
- 18화엇갈린 부부들 - 제 19화2603.29
- 19화엇갈린 부부들 - 제 21화2503.29
- 20화엇갈린 부부들 - 제 22화2703.29
- 21화엇갈린 부부들 - 제 23화2203.29
- 22화엇갈린 부부들 - 제 24화[1]2103.29
- 23화엇갈린 부부들 - 제 25화2003.29
- 24화엇갈린 부부들 - 제 26화2103.29
- 25화엇갈린 부부들 - 제 27화[1]2003.29
- 26화엇갈린 부부들 - 제 28화1803.29
- 27화엇갈린 부부들 - 제 29화1703.29
- 28화엇갈린 부부들 - 제 30화1903.29
- 29화엇갈린 부부들 - 제 31화1703.29
- 30화엇갈린 부부들 - 제 32화1803.29
- 31화엇갈린 부부들 - 제 33화1603.29
- 32화엇갈린 부부들 - 제 34화1703.29
- 33화엇갈린 부부들 - 제 35화1603.29
- 34화엇갈린 부부들 - 제 36화1503.30
- 35화엇갈린 부부들 - 제 37화1403.30
- 36화엇갈린 부부들 - 제 38화1303.30
- 37화엇갈린 부부들 - 제 39화 (완결)1503.30
- 38화엇갈린 부부들 - 프롤로그[1]1203.30
- 39화엇갈린 부부들 - 에필로그1403.30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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