김약국의 딸들

2화. 김약국의 딸들 2

조용한부엉이52026. 05. 25. 03:25 6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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내가 주인공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때가 그 때쯤 이었다 . 화려한 조명은 받지 못했지만 , 나로 말하자면 5 남매의 막내로 공부도 잘 했고 똑똑해서 , 여자들만 모여 사는 순미네 , 순미 그 계집애하고는 비교가 안됐다 . 순미 계집애 꼭 고것이 말썽이었다 . 그 계집애가 좀 이쁘기는 했다 . 공부도 좀 하기는 했다 . 노래도 제법 잘 부르기도 했다 . 그런데 꼭 나를 따라오는 것은 무어냐 ? 내가 반장하면 저는 부반장이고 , 내가 1 등하면 저는 2 등으로 숨차게 따라왔고 , 1 등을 뺏긴 적도 여러번이었다 . 거기다 , 내가 우리학교 계집애들에게 인기가 있는 것처럼 , 요놈의 자식들은 순미가 먼발치에서라도 보이면 , 까까머리를 털고 옷매무새를 다듬고 야단법석을 하는 것이었다 . 일부러 관심 없는 척 하였으나 , 나도 내심은 순미가 좋았고 , 그러나 집안의 분위기를 보자면 , 그 계집애를 좋아한다는 낌새를 조금이라도 보이면 안될 것 같았다 . 순미도 마찬가지였는지 겉으로는 쌀쌀맞게 대했지만 , 나에 대해 꼬치꼬치 묻고다니는 것이 , 속으로는 내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. 이상하리 만치 우리집하고 순미네 집하고는 , 인연이 있는 것 같았다 . 순미네도 5 자매로 5 남매인 우리집하고 같았고 , 또 큰형으로부터 막내인 나에 이르기까지 순미네 5 공주들하고 같거나 비슷한 나이였다 . 물론 순미도 막내였다 . 또 그 집 공주들하고 우리 남매하고 항상 숙명적 (?) 이면서 지속적인 경쟁을 내리해온 사이였다 . 그쪽집 공주들도 맏이부터 막내까지 하나같이 똑똑했었다 . 언제나 우리 남매들하고는 경쟁적인 관계가 끊이질 않았다 . 적대감이라고 까지야 할 수는 없겠지만 , 뭔가 서먹한 감정이 늘 가로 놓여 있었고 , 라이벌 의식이 작용하기도 해서 , 순미네 식구들과는 선뜻 친해지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. 그러던 것이 , 순미네하고 친해지게 된 일대 사건이 일어났다 . 여름방학이 막 시작되었을 때 였다 . 읍내를 길게 가로지르는 강에서 , 미역을 감고 있었다 . 커다란 각시바위 위에서는 빨래하는 아주머니들이 , 참새처럼 재잘대며 떠들고 있었던 조무래기들에게 둘러 쌓여 있었다 . 계집애들이 모여서 깔깔대며 물장난을 하고 있었다 . 갑자기 웅성웅성하더니 , “ 어머나 ! 저를 어째 !” “ 사람살려요 ! 사람 !” 비명소리가 날카롭게 울렸다 . 소리나는 쪽으로 무작정 달려갔다 . 아주머니들과 계집애들이 울고불고 난리였다 . 여자애가 물에 빠져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. 계집애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. 다짜고짜 물에 뛰어들었다 . 여자애를 향하여 헤엄을 쳤다 . 물에 빠진 여자애는 허우적대며 점점 가라앉고 있었다 . 그 애를 잡아끌었다 . 여자애가 내게 꽉 달라붙었다 . 여자애의 얼굴이 어딘지 낯이 익은 것 같았다 . 어찌나 세게 잡아당기는지 , 헤엄을 칠 수가 없었다 . 목에 매달렸다 . 죽을힘을 다해 용을 썼다 . 물 속으로 점점 가라앉는 것 같았다 . 힘이 빠지고 정신이 몽롱해졌다 . 법석을 하며 떠드는 여자애들의 비명소리도 가물가물 해졌다 . 여자애를 물가로 홱 떠밀고 정신을 잃었다 . 하얀 물방울이 출렁였다 . 누군가가 나를 잡아당기고 있었다 . 물 속으로 점점 가라앉고 있었다 . 누군가 내 뺨을 세게 때렸다 . 눈꺼풀이 가까스로 들렸다 . 수많은 얼굴이 둥그렇게 둘러싸고 있었다 . 뭔가 찾으려고 했다 . 웅성웅성 거리며 누군가 소리쳤다 . “ 여자애도 괜찮아 !” 몸이 풀리며 눈이 다시 스르르 감겼다 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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