김약국의 딸들

1화. 김약국의 딸들 1

조용한부엉이52026. 05. 25. 02:25 11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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자그마한 네거리를 , 대각선으로 마주하고 늘 앙숙이었다 . 읍으로서는 비교적 큰 규모였기는 하였지만 , 어차피 한 동네를 나누어먹기는 마찬가지여서 , 항상 경쟁관계의 연속이었다 . 건너편 김약국과 우리 전약국과의 경쟁관계는 자못 역사가 깊었다 . 우선 우리 큰형과 그녀 - 김약국의 약사 - 는 , 초등 학교 시절부터 , 전교를 통틀어 1,2 등을 번갈아 가며 나누어 가졌을 때부터 시작되었다 . 재원으로 소문이 자자했던 순미네 큰언니는 , 얼굴도 그에 못지 않게 귀엽고 예쁘기도 해서 그 쪽 집안에서 자랑거리였으며 , 남학생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었다 . 우리 큰형도 그에 질세라 , 서글서글한 눈매에 생김새가 미끈하게 귀공자처럼 잘 생겨서 우리 집안의 자랑거리였고 , 여학생들 사이에 언제나 인기가 요즘말로 캡이었다 . 중고시절 학교는 물론 달랐지만 , 한사람은 문학소녀로 제법이어서 그 뭔가 학생잡지에 투고하여 , 당당히 입상을 해서 그 방명이 온 읍내를 진동시켰다 . 또 한사람은 그림에 소질이 대단해서 , 학생 미술전에 떠억 입상을 했고 , 이 또한 읍내의 화젯거리가 되기에 충분했었다 . 양쪽 집안은 이 일로 기세가 등등했고 , 서로 양반가를 자처했던 두 집안은 서로 상대방의 영식과 영애에 대해 관심이 점점 높아졌다 . 아무튼 전도가 양양했던 두 젊은이는 , 도내에서도 명문으로 소문난 남학교와 여학교에 나란히 합격하여 양가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. 이 청년화가와 문학소녀는 차츰 서로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. 코흘리개 동무끼리 사이를 훌쩍 뛰어넘어 , 서로를 이성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것도 그 무렵이었다 . 둘은 가끔씩 만나기 시작했고 , 모두들 부러워할 정도로 둘의 교제는 빠른 진전을 보였다 . 이 사실은 읍내의 청춘남녀들에겐 이미 충분히 예견되었던 센세이셔널한 사건이었다 . 2 년 여 , 교제기간이 지속되었으며 다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둘은 대학진학의 문제에 부닺히게 되었다 . 그녀는 약학과를 선택하였고 , 집안에서는 극구 만류했지만 , 큰형은 그녀를 좇아 약대를 택해서 , 둘은 서울의 명문대학에 나란히 진학했고 이 또한 선망과 화제의 대상이 되었었다 . 그런데 , 대학졸업을 앞둔 , 4 학년 때부터 둘 사이가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. 서울의 부잣집 딸과 조금 가깝게 지냈던 형에게 , 그녀는 질투를 했고 점점 신경이 날카로워진 그녀가 앙탈하듯 대들어 , 둘이서 대판 싸움을 한 후로는 서로 얼마간 거리가 생기기 시작했다 . 냉전이 시작됐고 , 자존심이 강했던 두 사람은 서로 굽힐 줄을 몰랐다 . 닉슨처럼 핑퐁외교라도 주선할 사람보다는 , 이들 두 사람 사이를 질시했던 (? ) 주변 사람들의 부추김에 , 두 사람의 감정은 루비콘강을 그만 건너버리고 말았던 것이었다 . 사실 우리끼리 얘기지만 , 서울에는 어여쁜 아가씨가 어디 한둘 널려 있습니까 ? 그깐 조그만 시골의 똑순이 , 예쁜이정도야 이 넓은 서울바닥에 지천으로 깔려있지 않습니까 ? 잠시 큰형이 한눈을 팔기는 했다지만 , 그렇다고 그녀를 떠난 것은 아니었다는데 ... 주위의 친구들은 , 이제껏 질시의 시선으로 두사람을 보고있었던 터 였는지라 내심 고소해 했고 , 오히려 둘 사이를 마구 휘저어서 멀찌감치 등을 돌리게 하고 말았다 . 자존심이 몹시 상한 그녀는 찬바람이 쌩쌩 돌았고 , 조심스럽게 접근하려는 큰형의 낮은 자세는 , 차갑게 얼어붙은 빙벽에 부딪쳐서 산산이 부서져버리고 말았다 . 관개개선이라든가 , 국교수립 같은 화해무드하고는 이미 거리가 멀기만 했었다 . 단교 , 아니 절교가 거의 동시에 선언되었다 . 그렇게 시간이 흘러버렸다 . 그리고 , 큰형이 제대를 할 때쯤 , 그녀는 돐박이 애를 안고 읍내 남문 4 거리에다 약국을 개업을 했다 . 큰형은 자존심이 몹시 상했고 혼담이 오가더니 , 그 해가 가기 전에 달덩이 같은 색시가 들어오더니 , 나를 ' 도련님 ' 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. 달덩이 같은 새색시가 , 그녀가 차지할 뻔했던 그 자리에 앉아버렸다 . 그렇게 선망의 대상이 되었던 큰형과 그녀의 러브스토리는 슬픈 연가로 끝을 맺었으나 , 이번에는 형 쪽에서 강한 배신감을 느꼈고 그녀에게 분개했다 . 그녀도 한발 물러서지 않았고 , 소원해진 일의 원인과 결과를 서로 상대방에게 전가하기에 급급했고 , 화가 머리끝까지 난 형은 바로 건너편에 약국을 내고 말았다 . 그 후로는 , 양쪽집 사람들은 얼굴을 마주쳐도 말을 하지 않았고 , 먼 발치에서라도 눈에 띌작시면 다른 곳으로 슬며시 고개를 돌리곤 하였다 . 경쟁적인 영업도 영업이었지만 , 그보다도 양가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로 서서히 변질되었다 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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