숙의 하루

9화. 숙의 하루 20

낯선그림자32026. 05. 23. 11:21 4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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★숙의 하루 (제15부)★ 교실 안의 정사, 숙과 은 ⑤ 너, 너희들 뭐하는 거야! 그 황당한 광경 - 물론 은으로서는 계산된 상황이다 - 에 걸맞게, 은 은 새된 목소리를 내지르고 있었다. -어머나, 세상에...! 자신의 치마폭을 다급히 말아쥐는 그녀. 그녀의 그 행동은 연기일 뿐 이지만, 마주 놀라는 학생들의 반응은 실제였다. -어, 어쩜 이럴 수가... 짐짓 뜨악한 표정을 지으며 도망치듯 교실을 뛰쳐 나오기는 하나, 은 은 속으로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견디기 힘든 지경이었다. 놀라 는 꼴들이라니. 후훗, 덕분에 좋은 구경했지, 녀석들아? 표정관리를 잘해야 한다... 은은 아랫층으로 내려가며 다짐했다. 미술실 안은 이미 찬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져 있었다. 보여 주길래 본 것뿐 - 학생들의 죄목은 그것이었지만, 그것까지 알아차릴 수 있 는 아이는 아무도 없다. 다만 여기저기서 장탄식만이 새어 나왔다. 잠시 후면, 곧 그 댓가가 들이닥칠 것이다. 그런데도 나즈막히 들려오는 몇몇의 철 없는 놈들의 수군거림. -봤지, 봤지? -그래, 흰 색이야, 흰 색...! -정말? 그게 보였어? 은은 울상인 표정으로, 노크도 없이 학생부실로 뛰어 들어갔다. 그 난데 없는 침입자에 후다닥 - 탁자 위에 다리를 뻗은 채 졸고 있던 권선생이 몸을 일으켰다. -무, 무슨 일이시죠...? 놀란 목소리의 권. 그가 보기에 은은 봉변을 당한 여자의 얼굴, 완벽 히 그것이었다. -아...! -엇, 은, 은선생님! 비틀거리며 벽을 짚는 은, 펄쩍 뛰며 그녀를 붙잡으려던 그... 그렇 지만 어디를 어떻게 잡을지 몰라 순간적으로 멈칫거리던 그의 팔은 간신히 그녀의 팔뚝을 붙들었다. -왜, 왜 그러세요...? 그러나 아랫입술을 깨문 이 미술강사는, 정말로 난처한 표정을 지으 며 그의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. 물론 그가 부축한 팔을 빼기는 커녕, 슬쩍 기대면서. -저... 미, 미술실에서 학생들이... -학생들요? 머뭇거리는 그녀의 입술 - 찰라 권은 대충 그녀에게 무슨 일이 벌어 졌는가를 짐작했다. -모, 모르겠어요... 너, 너무 당황스러워서 저는... 하지만 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, 체육선생답게 재빠른 동작을 보 이는 그였다. 거의 반사적으로 학생부실을 뛰쳐 나가며, 안심시키려 는 권의 목소리. -알겠습니다. 여기 계세요. 제가 올라가서 처리하겠습니다! 그래도 짐짓 그의 팔을 붙잡는 그녀였다. -아, 안돼요... 제, 제가 잘못해서... -걱정 마세요. 차분히 마음이나 가라앉히고 시오. 많이 놀라신 것 같은데...! 그녀가 붙든 손을 다독거리기까지 하며, 씨익 웃어 보인 권은 윗층으 로 향한 계단을 성큼성큼 내달렸다. 후훗, 이제 됐어... 은은 쾌재를 불렀다. 애꿎은 학생들에게야 미안 한 일이지만, 자신의 목표인 저 체육교사가 미술실에서 자초지종을 파악하게 되면 - 완벽한 빌미가 생길 것이다. 아울러 호기심까지도. 그것이 그녀가 노리는 바였다. 어차피 일, 이십분 후에야 이번 시간이 끝날 것이다. 그냥 천천히 여 기에 앉아 기다리면 된다. 학생부실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는 은, 그러나 아까 교실과는 백팔십 도 틀린 자세였다. 최대한 치마자락을 끌어내리고, 얌전히 모은 두 무릎은 살짝 옆으로 틀었기에, 날씬한 종아리가 45도 각도로 뻗었다. 완벽히 정숙한 여성의 자태 - 그녀는 그렇게 바뀌어 있었다. 가볍게 두 손을 모아쥐고 무릎 위에 얹으며, 침울한 얼굴을 숙이는 것까지. 올 것이 왔다. 미술실에 남은 남학생들은 그것을 직감하고 있었다. -반장, 앞으로 나와! 어휴... 태풍처럼 무섭게 들이닥친 것은 학생부 선생이었다. 주춤주 춤, 호명당한 반장이 미술실 앞으로 걸어나왔다. -무슨 일이냐? 팔짱을 낀 채 다그치는 근육질의 체육교사 권, 그의 한 손에는 굵은 몽둥이가 하나 들려있기까지 했다. -다 알고 왔어. 대답해. 으르렁거리는 그의 목소리에 찔끔거리는 녀석의 대답. -그, 그게요... -안 들린다. 똑바로 말 해...! 으름장을 놓는다. -저... 아, 아까 미술선생님이요... -미술 선생님이. -여... 여기 앉으셨었는데요... -앉으셨는데. -그, 그 선생님 치마 속을요... -치마 속을...? 흠, 그랬군. 역시 - 권의 예상과 엇비슷하게 맞아 떨어지는 이야기인 것 같았다. -치마 속을... 훔쳐 보다가... 들켰다, 이 말이겠군. 허 참, 이 녀석들이 요새... 무슨 발정기라도 된 건가? 지난 주에 숙 선생님한테도 그런 일들이 있더니... 그 때 한가지 스치는 그의 생각 - 맞아. 아까 점심약속을 받아내려고 했는데. 이따가 종례 후에 얘기 할 시간이 있을까? 그럴 수 있으면 좋으련만... 아, 아니지! 그는 잠깐 동안의 상상을 떨쳐 버렸다. 일단 지금은 그 생각을 할 시기가 아니었으므로. 반장녀석의 말을 끊고 그는 벽력 같이 소리질렀다. -그래? 좋아, 미술선생님 치마 속 들여다 본 놈 앞으로 나와! 하지만 당연히,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. -빨랑 안 나와? 서로서로 눈치만 살피는 반 아이들. 곁에 선 반장이라는 놈도 뭐라 말도 꺼내지 못하고 쭈삣대고만 있었다. -어쭈... 당장 안 튀어 나와? 다시 한번 호령하는데, 찰라 권의 눈은 휘둥그래질 수밖에 없었다. 어처구니 없게도... 이 학급의 절반 이상이 엉거주춤, 몸을 일으키고 있었던 것 - 어, 얼레? -이, 이게 뭐야? 너희들 반항하는 거야? 집단적 항의인가, 긴장하는 그인데... 그제서야 권선생의 옆에서 기 가 죽은 목소리가 들려 왔다. -저... 전부 다인데요... 뭐? 놀란 눈으로 돌아보는 권선생. 하지만 학생들의 눈치가 영 장난 이 아니다. -너희 놈들 모두? -예. 끄덕끄덕거리는 고개들. 일순 아연해지는 그였다. -조, 좋아... 모, 모두 운동장에 집합! 아니 어떻게 이런... 단체기합을 받으러 미술실 밖으로 몰려 나가는 학생들 뒤를 따르며, 그는 의아스런 호기심이 일 수밖에 없었다. 도대체... 어떤 자세로 어떻게 있었길래 저 녀석들 전부 다 은선생의 치마 속을 훔쳐 보게 된 거지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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